
『사냥꾼들(The Hunters)』는 단순한 한국전쟁 전투기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냉전 초기의 공중전, 미군 전투기 조종사들의 욕망과 공허, 그리고 전쟁이 인간 내부를 어떻게 잠식하는지를 기록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 배경 중심에는 한국전쟁기 핵심 미 공군기지였던 김포비행장(K-14), 즉 오늘날의 김포국제공항이 존재한다.
소설의 원작자 James Salter는 본명 제임스 아놀드 호로비츠(James Arnold Horowitz)로, 실제 한국전쟁 당시 F-86 세이버 조종사로 참전했다. 그는 1952년 제4전투요격비행단 제335전투요격비행대대 소속으로 활동하며 100회 이상의 전투 임무를 수행했고, MiG-15 공중전에 직접 참여했다. 이러한 경험은 훗날 1957년 발표한 『사냥꾼들(The Hunters)』의 핵심 토대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단순한 “영웅 전쟁 서사”를 거부한다는 데 있다. 설터가 묘사하는 전투기 조종사들은 국가와 이념을 위해 싸우는 존재라기보다, 서로의 전과 기록과 인정 욕망 속에서 소모되는 인간들에 가깝다. 전쟁은 거대한 명분으로 설명되지만, 실제 인물들은 허무와 경쟁, 피로와 강박 속에서 붕괴해 간다. 이 감각은 당시 김포비행장(K-14)의 역사적 현실과도 강하게 겹쳐진다.
김포비행장은 원래 일제강점기 후반 일본군이 건설한 군용 비행장이었다. 1939년부터 본격적인 확장이 시작되었고, 태평양전쟁 말기에는 일본군 항공 전력의 핵심 거점 중 하나로 기능했다. 해방 이후 미군이 접수했고, 한국전쟁 발발 직후에는 북한군이 점령했다가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 직후 유엔군이 탈환했다. 이후 K-14라는 군사 코드명 아래 미 공군의 핵심 전진기지로 재편된다.
당시 김포비행장은 단순한 공항이 아니었다. 서울과 가장 가까운 전략 공군기지였으며, 냉전 체제와 미군 항공 전략이 한반도에 직접 내려앉은 공간이었다. F-86 세이버 전투기들이 이륙했고, 조종사들은 매일 압록강 방면으로 출격했다. 활주로에는 제트 엔진의 굉음이 울렸고, 격납고와 관제시설 주변에는 전쟁의 긴장과 죽음의 공기가 상시적으로 맴돌았다.
설터의 『사냥꾼들』은 바로 그 공간의 정서를 문학적으로 압축한다. 작품 속 조종사들은 끊임없이 “격추 기록”을 갈망한다. 누군가는 에이스가 되고, 누군가는 단 한 번의 실수로 무너진다. 하늘 위에서는 단 몇 초 만에 생사가 결정되고, 지상에서는 다시 술과 허세, 공허한 농담이 반복된다. 전쟁 영웅의 신화 뒤편에 존재하는 극도의 공허함이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
이 점에서 김포비행장(K-14)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냉전 시대 인간 구조를 압축하는 장소라고 볼 수 있다. 이 공간은 일본 제국주의, 미군정, 한국전쟁, 냉전 체제, 군사 공항 도시화가 층층이 중첩된 장소였다. 이후 김포공항은 민간 국제공항으로 전환되며 “서울의 관문”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지만, 그 이전에는 동아시아 전쟁 체계의 최전선이었다.
현재의 강서구 풍경 속에서는 이러한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공항 활주로 주변으로 아파트와 도로, 상업시설이 들어섰고, 많은 사람들에게 김포공항은 단순한 이동의 공간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한국전쟁 시기 이곳은 수많은 전투기 조종사들이 생존과 죽음 사이를 오가던 장소였고, 『사냥꾼들』 같은 작품은 그 시간을 문학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설터는 훗날 자신의 글에서 “그들은 과거와 그 거룩함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고 적었다. 이 문장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다. 그것은 전쟁과 시간, 인간의 기억이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바라보는 태도에 가깝다. 그리고 지금의 강서구 역시 마찬가지다. 공항과 도시 개발의 속도 아래 수많은 장소의 기억이 사라졌지만, 문학과 기록은 때때로 그 잔해를 다시 떠오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