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유산

김용기 과자점

운영자

2026-04-22

김용기 과자점
사진 - 김경현


김용기 과자점은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송정역 인근에 자리한 소규모 제과점이지만, 그 의미는 단순한 동네 가게를 넘어선다. 이곳은 1965년 문을 연 이후 반세기 넘게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과자를 만들어온 공간으로, 강서구의 생활사와 기억이 축적된 대표적인 생활유산이다. 특히 서울시가 2021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는 점은, 이 가게가 단순한 상업시설이 아니라 도시의 기억을 담고 있는 장소로 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용기 과자점의 출발은 산업화 이전의 생활 방식과 맞닿아 있다. 1960년대는 한국 사회가 급격히 도시화되던 시기였지만, 동시에 전통적인 먹거리와 수작업 생산 방식이 아직 일상에 남아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 가게는 그 시기의 방식 그대로 전병과 강정, 오란다 같은 ‘옛날 과자’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 수십 년 동안 그 방식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이곳에서는 과자를 저울로 달아 종이봉투에 담아주는 방식이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대량 생산과 포장 중심의 현대 제과 산업과는 전혀 다른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 과자점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지속성’이다. 창업주 김용기 씨 이후 딸과 사위, 그리고 손자까지 3대에 걸쳐 가업이 이어지고 있으며, 단순한 기술 전수가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가 계승되고 있다. 특히 손자가 대학을 중단하고 가업을 선택했다는 사례는 이 공간이 단순한 생업을 넘어 하나의 정체성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세대 전승 구조는 현대 도시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형태이며, 김용기 과자점이 가지는 문화적 가치를 더욱 분명하게 만든다.

 

공간적으로 보아도 이 가게는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김포공항과 송정역, 공항시장과 가까운 이 지역은 강서구의 대표적인 이동·상업 생활권이지만, 동시에 오래된 골목과 소규모 점포가 남아 있는 곳이다. 김용기 과자점은 이 변화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온 몇 안 되는 가게 중 하나다. 과거에는 인근에 유사한 전병 가게가 여럿 있었지만 현재는 대부분 사라지고 이곳만 남았다는 사실은, 도시 변화 속에서 얼마나 많은 생활 기반이 사라졌는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 가게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단순히 ‘맛’에 있지 않다. 전병과 강정, 쿠키류 등 이곳에서 판매하는 과자들은 대부분 달지 않고 담백한 맛을 특징으로 하며, 이는 과거 식생활의 기준과 연결된다. 그래서 이곳의 고객층은 단순히 과자를 소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에 가깝다. 실제로 먼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단골이나, 부모 세대의 추억을 이어받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이 공간이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기억의 장소’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생산 방식이다. 김용기 과자점은 공장형 생산이 아니라, 여전히 수작업과 단순 기계를 결합한 방식으로 과자를 만든다. 반죽을 넣으면 틀이 돌아가며 과자가 구워지는 구조지만, 완성된 과자를 꺼내는 타이밍과 품질 관리는 모두 사람의 손에 의존한다. 이 과정은 효율보다는 일정한 맛과 형태를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는 ‘속도’보다 ‘지속’을 선택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김용기 과자점이 가진 또 다른 특징은 지역과의 관계다. 한때 이 가게의 이름을 따 인근 버스정류장이 ‘제과점 앞’으로 불렸고, 그 명칭이 오랫동안 유지되었다는 사실은 이 공간이 단순한 점포를 넘어 지역의 기준점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즉 이곳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의 이동과 기억 속에서 하나의 좌표로 기능했던 공간이다.

 

결국 김용기 과자점은 하나의 오래된 제과점이 아니다. 이곳은 강서구 공항 주변 지역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축소된 모델이자, 산업화 이후 사라져가는 생활 방식이 아직 남아 있는 장소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공장형 식품이 지배하는 시대 속에서, 이 가게는 여전히 손으로 과자를 굽고, 저울로 달아 판매하며, 같은 맛을 유지한다. 그래서 이 공간의 가치는 ‘오래되었다’는 데 있지 않다. 변하지 않은 방식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데 있다. 김용기 과자점은 강서구의 과거가 현재의 형태로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이며, 동시에 도시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버텨온 생활의 흔적이다.



 

김용기 과자점
사진 - 김경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