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김경현
김포공항은 오늘날 서울 강서구를 설명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이 공항은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군사기지, 한국전쟁기의 전략 거점, 산업화 시대의 국가 관문, 그리고 오늘날 수도권 서부의 생활·이동 기반이 한곳에 겹쳐진 장소다. 강서구의 근현대사는 많은 경우 김포공항을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지역의 토지 이용, 마을 해체, 이주, 시장 형성, 교통망 확장 역시 이 공항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전개되었다. 따라서 김포공항의 역사는 곧 강서구가 어떻게 농경지에서 국가 인프라의 중심지로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김포공항의 출발은 식민지 군사 시설이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과 국가기록원 자료에 따르면, 이곳은 1939년 일본군이 활주로를 만들면서 시작되었고, 1942년에는 김포비행장으로 개설되어 일본군의 군사적 목적에 이용되었다. 즉 김포공항은 처음부터 민간의 이동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제국의 전쟁 수행을 위해 설계된 공간이었다. 이 점은 강서구 일대의 토지와 마을이 지역 내부의 필요가 아니라 외부 권력의 전략에 따라 재편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항의 기원 자체가 지역 발전의 역사라기보다, 강제적 공간 개조의 역사에 더 가깝다는 점이 중요하다.
해방 이후에도 이 공간의 성격은 곧바로 바뀌지 않았다. 광복 뒤 김포비행장은 미군이 접수해 사용했고, 1949년에는 한·미 간 운영협정이 체결되었으나,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시설 상당수가 파괴되었다. 전쟁 기간에는 유엔군사령부 관할 아래 군용비행장으로 유지되었고, 이후 일부 시설이 복구되면서 다시 민간 항공 기능이 가능해졌다. 이 과정에서 김포공항은 일제의 군사기지에서 미군과 한국 정부의 군사·항공 거점으로 성격만 바꾼 채 존속했다. 다시 말해, 강서구의 이 공간은 해방을 거쳤다고 해서 곧장 일상적 공간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다른 권력에 의해 계속 전략적 시설로 운영되었다.
김포공항이 본격적인 국가 관문으로 자리 잡은 것은 1950년대 후반이다. 국가기록원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자료를 종합하면, 1957년 김포비행장이 국제공항으로 지정되고, 1958년 여의도공항의 기능이 김포로 이전되면서 ‘김포국제공항’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후 1961년 관리권이 한국 측에 이양되었고, 1971년에는 여의도비행장이 폐쇄되어 기능이 김포로 합쳐지면서 공항의 중심성이 더욱 강화되었다. 이 시기 김포공항은 단순한 활주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항공교통을 대표하는 공간이 되었고, 서울 서부의 교통망과 도시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축으로 작용했다.
1970년대 이후 김포공항은 산업화와 국제화의 상징으로 팽창했다. 국가기록원 자료에 따르면 1971년 국내선 청사가 준공되고, 1973년 국제선 종합청사 확장이 마무리되었으며, 1970년대 이후 항공 수요 급증에 맞춰 공항 확장과 노선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서울-오사카 노선 개설, 국제 노선 증가, 화물청사 확충 등은 김포공항이 더 이상 단순한 국내 공항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대표 관문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서울기록원에 남은 1964년 공항 전경 사진과 1983년 공항택시 발대식 기록도 김포공항이 단순한 시설을 넘어 서울의 이동과 관광, 상업 흐름을 조직하는 생활 기반으로 작동했음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김포공항의 성장은 강서구 내부에서는 다른 얼굴로 나타났다. 공항 확장 과정에서 주변 마을은 해체되거나 축소되었고, 특히 오쇠동 등 공항 인접 지역에서는 철거와 이주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서울기록원 자료에는 1980년대 김포공항 확장사업과 관련해 오쇠동 사격장 주변 건물 철거 보상과 이주 대책 문서가 남아 있다. 이는 공항이 국가적 인프라로 확장될수록 강서구 내부에서는 주민들의 생활권이 밀려나고 재편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즉 김포공항은 국가 차원에서는 발전의 상징이었지만, 지역 차원에서는 통제와 철거, 재배치의 원인이기도 했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하면서 김포공항의 위상은 다시 바뀌었다. 국제 항공의 중심 기능은 인천으로 이동했고, 김포공항은 국내선 중심 공항으로 재편되었다. 다만 그것이 곧 쇠퇴를 뜻한 것은 아니었다. 현재 공식 김포국제공항 사이트를 보면 김포공항은 여전히 국내선의 핵심 거점이며, 일본·중국·대만 등 일부 국제선도 운항하는 공항으로 기능하고 있다. 오늘날 김포공항은 과거처럼 대한민국 유일의 국제 관문은 아니지만, 서울 서부와 수도권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가장 밀접한 생활 공항이며, 국내 이동과 근거리 국제 이동을 동시에 담당하는 복합 공항이다.
현재의 김포공항은 항공사와 출입국·세관·검역·기상·산림항공 등 다양한 국가 기능이 집중된 공간이기도 하다. 한국공항공사 공식 정보에 따르면 공항 내부에는 출입국관리, 세관, 검역, 기상대, 산림항공관리본부, 소방항공대 등 여러 공공기관이 함께 배치되어 있다. 이것은 김포공항이 단순히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장소가 아니라, 이동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국가 시스템이 집약된 공간임을 의미한다. 동시에 지하철과 버스, 도로망이 집중된 교통 허브이기도 해서, 강서구를 ‘머무는 도시’이자 ‘통과하는 도시’로 만드는 결정적인 기반이 된다.
김포공항은 하나의 고정된 정체성을 가진 장소가 아니다. 이곳은 일제의 군사기지에서 출발해, 전쟁기의 전략 비행장, 산업화 시대의 국제 관문, 인천공항 개항 이후의 국내선 중심 공항, 그리고 오늘날 수도권 서부의 복합 교통 거점으로 계속 변해왔다. 강서구의 입장에서 보면, 김포공항은 지역을 성장시킨 기반시설이면서 동시에 마을을 지우고 경계를 만들어낸 권력 공간이었다. 그래서 김포공항은 단순한 공항이 아니라, 강서구의 근현대사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 공간을 이해하는 일은 비행장의 역사만이 아니라, 강서구라는 지역이 어떻게 국가 권력과 이동의 흐름 속에서 형성되고 변형되었는지를 이해하는 일과 같다.

사진 - 김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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