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전 이야기

양천놈에 쇠궁둥이 돌리듯 한다

운영자

2026-04-19

“양천놈에 쇠궁둥이 돌리듯 한다”는 말은 이리저리 둘러대며 핑계를 대는 태도를 빗대어 이르는 속담으로, 오늘날 서울 강서구 일대의 옛 지명인 양천 지역의 생활상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속담의 배경에는 조선시대 한강 유역 농민들의 생계 방식과 한양과의 경제적 연결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 양천 지역 사람들은 토지 생산력만으로는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인근 산지에서 나무를 베어 한양으로 운반해 파는 일을 중요한 생업으로 삼았다. 이때 땔나무는 주로 소의 등에 실어 옮겼는데, 특히 이 지역에서는 목초지가 비교적 풍부해 암소를 기르는 일이 흔했다. 나무를 실은 암소를 몰고 한양의 나무장에 도착하면, 여러 지역에서 모여든 소들이 한데 뒤섞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황소들이 암소에게 달려드는 장면이 자주 벌어졌다고 전해진다.

 

속담은 바로 이 장면에서 출발한다. 양천의 암소들은 달려드는 황소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몸을 이리저리 틀며 엉덩이를 흔들어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이 동작은 단순한 동물의 행동이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마치 상대를 교묘하게 피하며 응하지 않는 태도로 비춰졌고, 결국 이를 인간의 행동에 빗대어 표현한 말이 만들어진 것이다. 즉, 직접적으로 거절하지도 않으면서 계속해서 회피하고 변명하는 모습을 ‘쇠궁둥이를 돌린다’는 이미지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 속담은 단순한 언어 표현을 넘어, 당시 양천 지역의 생활 환경과 경제 활동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무를 베어 한양으로 운반하던 유통 구조, 소를 활용한 운송 방식, 그리고 시장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던 풍경이 결합되어 하나의 비유적 언어로 굳어진 것이다. 다만 이 속담의 유래가 실제로 특정 지역의 소 행동에서 비롯되었는지, 아니면 후대에 지역적 특성을 강조하기 위해 덧붙여진 설명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양천놈에 쇠궁둥이 돌리듯 한다”는 말은 특정 지역의 생활 경험이 언어로 전환된 사례로, 인간의 태도를 설명하기 위해 동물의 행동을 빌려온 전형적인 비유 표현이다. 이 속담은 회피와 핑계라는 행동을 직관적인 이미지로 전달하면서, 동시에 양천이라는 지역의 과거 생활상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문화적 흔적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