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시기 이후 강서구는 더 이상 ‘외곽 수용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신 도시 구조 안으로 깊숙이 편입되면서, 주거 도시·공항 도시·재개발 대상지라는 세 가지 성격이 동시에 겹쳐지는 단계로 들어간다. 이 시기는 19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흐름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출발점은 도시 인프라의 확장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서울 서부 지역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강서구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한다. 가양동, 등촌동, 화곡동 일대는 기존의 저층 주거지와 농경지를 대체하며 ‘계획된 주거 공간’으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강서구는 처음으로 안정된 도시 형태를 갖추게 되지만, 동시에 이전 시기의 이주민 공동체와 자연발생적 생활 구조는 빠르게 해체된다. 즉, 정비된 도시가 만들어지는 대신, 그 이전의 기억은 지워지기 시작한다.
이 시기 강서구를 규정하는 또 하나의 축은 공항이다. 김포공항은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후 국제선 기능의 상당 부분을 넘겨주면서 역할이 축소된다. 그러나 공항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국내선 중심 공항으로 재편되며 여전히 교통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하고, 동시에 고도 제한과 소음 문제는 계속해서 지역 개발의 조건으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강서구는 다른 지역처럼 자유롭게 고밀도 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특수한 도시 구조를 유지하게 된다.
2000년대 이후 들어서면 변화의 방향은 ‘재개발’로 이동한다. 산업화 시기에 형성된 저층 주거지와 노후 아파트 단지는 점차 정비 대상이 되고,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이 곳곳에서 추진된다. 특히 공항 인근 지역과 화곡동 일대는 서울 서부에서 가장 큰 규모의 정비 지역으로 떠오른다. 이 과정에서 강서구는 다시 한 번 ‘밀려난 것들을 받아내는 공간’에서 ‘투자와 개발이 집중되는 공간’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이 변화 역시 내부의 축적이라기보다, 서울 전체 부동산 시장과 정책 변화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산업 구조도 변한다. 과거의 농업이나 소규모 상업 중심 구조는 점차 약화되고, 물류·유통·서비스 산업이 중심이 된다. 공항과 연결된 물류 기능, 마곡지구를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 산업, 그리고 대형 상업시설이 결합되면서 강서구는 새로운 경제 구조를 갖추게 된다. 특히 마곡지구 개발은 이 지역이 단순한 주거지를 넘어 첨단 산업 거점으로 전환되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이 모든 변화 속에서도 강서구의 기본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지역은 여전히 ‘중심이 아닌 곳’에서 규정된다. 공항이라는 국가 인프라,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확장, 그리고 재개발이라는 자본의 흐름이 끊임없이 개입하며 공간을 바꾼다. 강서구는 그 변화의 결과로 존재하는 도시다.
결국 산업화 이후 강서구의 역사는 세 단계로 정리된다.
첫째, 1980~90년대 대규모 아파트 개발을 통한 주거 도시로의 편입.
둘째, 공항 기능 재편 이후에도 지속되는 통제와 제약의 구조.
셋째, 2000년대 이후 재개발과 마곡지구를 중심으로 한 산업 전환.
이 세 흐름이 겹치면서 강서구는 단순한 외곽에서 벗어나지만, 동시에 완전한 중심으로 이동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지역의 현재는 항상 과거의 흔적 위에 세워진다. 사라진 마을, 해체된 공동체, 남겨진 공항, 그리고 새로 들어선 아파트와 산업 시설이 한 공간 안에서 공존한다. 강서구의 역사는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인 구조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