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강서구

시네(Shi Ne) '시음화다' - 가양동

운영자

2026-04-19


Shi-ne의 〈O_실로폰 알람, 가양동1〉과 〈Contact_가로등, 가양동2〉는 2023년 앨범 〈시음화다〉에 수록된 트랙으로, 가양동이라는 동일한 장소를 두 개의 시간대와 감각으로 분할해 제시하는 작업이다. 이 앨범은 시인 조하연의 텍스트를 기반으로 Shi-ne가 음악을 구성하고, 시각 작업이 결합된 전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대중가요와 달리 시·음·화가 결합된 복합 매체적 성격을 가진다. 이때 가양동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특정한 감정과 경험이 축적된 장소로서 기능한다.

 

〈O_실로폰 알람, 가양동1〉은 밤의 내부를 다룬다. 가사는 “돌아오지 않는 엄마”, “끊어지지 않는 아빠의 술잔”, “반지하 창가”와 같은 구체적 서술을 통해 가족의 부재와 불안정한 생활 환경을 드러낸다. 특히 “불을 끄면 이불보다 무거워지는 어둠”이라는 표현은 공간의 물리적 조건을 감정의 무게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가양동은 단순한 동네가 아니라, 어둠과 공포, 반복되는 폭력과 사과가 교차하는 생활 공간으로 나타난다. “퐁당퐁당”이라는 반복적 리듬은 어린 시절의 놀이 언어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가족 구성원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리듬을 전환한 장치로 기능한다. 이 곡에서 ‘실로폰 알람’이라는 제목 역시 일상의 소리와 고통의 반복이 뒤섞인 상태를 암시하며, 밤은 단순한 시간대가 아니라 감정이 증폭되는 조건으로 작동한다.

 

반면 〈Contact_가로등, 가양동2〉는 같은 장소를 새벽의 외부로 이동시킨다. “가로등”은 이 곡에서 핵심 장치로, “골목을 깨우는 소리 없는 알람”으로 정의된다. 이는 전작의 ‘실로폰 알람’과 대응되는 개념으로, 내부의 반복되는 소리에서 외부의 침묵 속 빛으로 이동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가사 속 화자는 집 안의 어둠과 공허를 견디지 못하고 골목으로 나와 걷는다. “질질 감긴 골목을 펴며 걸었다”는 표현은 물리적 이동이면서 동시에 감정의 긴장을 풀어내는 행위로 읽힌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시든 별”, “까만 빛웅큼”은 현실의 사물을 상징적으로 변환한 이미지로, 개인이 의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감정적 지지물을 형성한다. 이 곡에서 가양동은 더 이상 폭력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 아니라, 그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주체가 외부와 접촉하며 버텨내는 장소로 나타난다.

 

두 곡을 함께 놓고 보면, 가양동은 하나의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서로 다른 층위로 분할된 감각의 집합으로 드러난다. ‘가양동1’이 반지하 내부의 밤과 가족 서사를 중심으로 한다면, ‘가양동2’는 골목과 가로등, 새벽이라는 외부 환경을 통해 개인의 생존 감각을 확장한다. 이 구조는 동일한 공간이 시간과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두 곡 모두 서사적 설명을 최소화하고, 시적 언어와 음향적 배치를 통해 감각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가양동을 재현하는 방식 역시 직접적 묘사가 아니라 간접적 체험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O_실로폰 알람, 가양동1〉과 〈Contact_가로등, 가양동2〉는 가양동이라는 장소를 단순한 지명이나 배경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이 두 트랙은 반지하 내부의 어둠과 골목의 미세한 빛, 가족과 고립, 기억과 생존이 교차하는 감각을 통해, 하나의 동네를 두 개의 시간과 두 개의 상태로 분해한다. 따라서 이 작업은 가양동을 설명하는 음악이라기보다, 가양동이라는 장소에 축적된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시와 소리로 기록한 사례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