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유산

개화산 개화사 (開花山 開華寺)

운영자

2026-04-18

강서구 방화3동 465~466번지 개화산 자락에 자리 잡은 개화사는 99칸 전통 한옥을 그대로 품은 대한불교조계종 사찰로, 1,700평의 부지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건물은 1972년에 조선시대 서울 양반가의 양식을 그대로 본떠 지어진 한옥으로, 연면적 약 150평 규모의 ‘99칸 12대문’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한강 이남 서울 지역에서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전형적인 권세가 양반집 한옥으로 평가된다. 개화사는 이런 전통 건축의 가치를 수행과 포교 공간으로 다시 불러일으킨 사찰이다. 

 

조선시대 권세가 집의 전형인 99칸 구조는 20세기 들어 대부분 사라졌고, 서울에서는 종로구 안국동의 윤보선 전 대통령 집(서울시 민속자료 27호)만이 대표적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집은 이후 여러 차례 증축으로 99칸을 넘긴 반면, 개화사가 자리한 이 99칸 한옥은 1700평 규모의 대지 위에서 원형 구조와 대문·방·마당 배치를 비교적 잘 유지하고 있어, 조선 후기 서울 양반가 한옥의 공간 구조를 보여 주는 건축사적 참고자료로 평가된다. 개화사는 이런 역사적·건축적 가치 위에 불교 수행과 교화 공간을 올려놓은 사례로 읽힌다. 

 

1991년 방화동 일대 19만 3천 평이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되면서, 이 99칸 한옥 역시 철거 대상에 포함되었으나, 소유자 전석춘 씨의 강한 보존 건의와 시문화재위원 김홍식 교수 등 전문가의 현장 답사 결과, 건축·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판단이 내려지며 보존이 결정되었다. 이후 이 한옥은 개화사로 인수되어, 도시개발과 문화유산 보존의 긴장 속에서 전통 한옥을 사찰로 재활용하는 또 하나의 사례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99칸 한옥은 방화동 출신 재일교포 심모 씨가 약 3년간의 공사 끝에 지은 건물이었으나, 유지가 어려워 1975년 전석춘 씨가 4천만 원에 매입하였다. 전 씨 부부는 이를 살림집으로 쓰기보다는, 부인 박금옥 씨가 김포공항 구내식당을 운영하며 함께 양로시설을 겸할 목적으로 활용하려 했고, 자연스럽게 지역 주민과 외부 방문객이 드나드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대문 12개, 방 21개를 가진 이 건물은 일반 아파트 안방의 두 배에 달하는 방 크기를 자랑하며,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에는 민박용 숙소로도 사용된 바 있으며, 안뜰에 조성된 약 100평의 잔디밭은 전통혼례식장으로 무료로 개방되며 지역 주민의 문화·의례 공간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상주거·식당·양로시설·민박·혼례장 등으로 여러 기능을 겸해 온 이 99칸 한옥은 이후 조계종 총무원 재정국장과 총무국장을 역임하고 천왕사·미타사 주지를 지낸 송강스님이 인수하여, 2004년 말 현재의 개화사로 개조·개창되었다. 개화사는 기존 99칸 한옥의 대청·안방·사랑채·행랑채·대문·마당 구조를 최대한 보존한 채 법당과 재실·수행정토·접견공간을 배치해,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과 도심 불교 수행·포교 공간이 결합된 형태를 보여 준다. 

 

개화사는 ‘99칸 12대문’이라는 전통 한옥의 건축적·역사적 가치를 보존한 동시에, 송강스님의 수행·강의·법보시·종교 간 대화 활동을 담아내는 도심 사찰로 자리 잡은 곳으로 이해된다. 강서구 방화3동의 개화산 자락에서 개화사는 개발 속에 남아 있는 한옥을 사찰로 재탄생시킨 대표적 사례로, 지역사·건축사·불교문화가 함께 읽혀야 할 공간으로 평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