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김태훈
공항시장은 서울 강서구 공항동 일대에 형성된 시장으로, 그 기원은 일반적인 생활형 장터와 다르게 군사시설의 형성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1939년 일제가 김포 일대 평야에 활주로 건설을 시작하고, 1942년 비행장을 완공하면서 이곳은 급격한 공간 재편을 겪었다. 농경지와 마을이 자리하던 땅은 군사 목적의 평지로 전환되었고, 그 주변으로 노동자와 군속, 물자 운반 인력이 모여들었다. 이때 자연스럽게 형성된 장이 이른바 ‘비행장터’로, 오늘날 공항시장의 출발점이다.
해방 이후에도 이러한 구조는 유지되었고, 한국전쟁을 거치며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전쟁으로 인해 피난민과 월남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공항 주변은 급격한 인구 밀집 지역으로 변모했고, 생계를 위한 임시 상점과 노점이 도로 양측에 늘어서며 시장의 규모는 빠르게 확장되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공항 정문 북쪽 일대에 형성된 이 시장은 상설 장터와 함께 축산물을 중심으로 한 닷새장이 병행되는 구조였으며, 인구 증가와 함께 점포 수와 거래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1952년 가축시장으로 공식 허가를 받은 이후, 1955년을 전후로 공항시장은 본격적인 상설 시장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이는 국가가 시장을 계획적으로 조성한 결과라기보다, 이미 형성되어 있던 생활경제의 집적지를 제도적으로 승인한 과정에 가깝다. 초기 공항시장은 단순한 소매 시장을 넘어 축산물과 농산물의 유통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지역 경제의 거점으로 작동했으며, 서울 서부 지역을 연결하는 중요한 생활 기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1960~80년대를 거치며 공항시장은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 증가 속에서 높은 밀도의 상업 공간으로 성장한다. 점포와 노점이 뒤섞인 비정형 구조 속에서 시장은 일상적 소비와 생계 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장소였고, 좁은 골목과 도로를 따라 형성된 상권은 계획된 도시 공간과는 다른 방식으로 확장되었다. 이러한 특징은 공항시장이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니라, 전쟁 이후 도시 주변부에 정착한 사람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생활의 현장이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공항시장은 과거에 비해 규모와 기능이 변화했지만, 형성 초기의 구조와 흔적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계획되지 않은 골목의 흐름, 다양한 업종이 혼재된 상점 구성, 그리고 오랜 시간 축적된 상업의 방식은 이곳이 단순한 전통시장을 넘어 특정한 역사적 조건 속에서 형성된 공간임을 말해준다.
한편, 최근 공항시장 일대는 재개발 논의가 진행되며 또 한 번의 전환점을 앞두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 범위와 시기 등은 변동 가능성이 있어 일부 내용은 확실하지 않으나, 기존 시장 구조를 포함한 일대 정비 계획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환경 개선을 넘어, 오랜 시간 축적된 생활사적 공간이 해체될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공항시장은 군사시설의 주변에서 시작되어 전쟁과 이주, 생존의 과정을 거치며 성장한 시장이다. 지금 이곳은 다시 한 번 변화의 문턱에 서 있으며, 그 변화는 단순한 도시 정비가 아니라, 한 지역의 기억과 삶의 방식이 어떻게 남고 사라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함께 던지고 있다.
안녕, 공항시장
공항시장 다큐멘터리
서울 끝자락 공항시장의 마지막 정서 | 공항시장을 거닐다
사진 - 김경현
사진 - 김경현
사진 - 김경현
사진 - 김경현
사진 - 김경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