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유산

조국에 드리는 탑

운영자

2026-04-18

조국에 드리는 탑
사진 - 김경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입구 교차로 인근에 서 있는 ‘조국에 드리는 탑’은 한국 현대사에서 드물게 확인되는 해외동포 기증형 기념물이다. 이 탑은 1971년 재미 사업가 김시면이 “조국에 보답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건립한 것으로, 당시 한국의 대표 관문이었던 김포공항이라는 장소와 결합해 상징성을 갖게 되었다. 초기 탑은 약 21m 규모로 공항 진입부에 세워졌고, 설계에는 재미 건축가 김운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정부가 부지를 제공한 사실도 확인되며, 개인의 기증이 국가 공간에 편입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탑이 갖는 핵심은 ‘무엇을 기념하는가’보다 ‘누가, 어디에 세웠는가’에 있다. 1970년대 김포공항은 해외로 나가는 거의 유일한 관문이었고, 귀국자와 출국자가 반드시 통과하는 장소였다. 이 지점에 세워진 탑은 해외동포에게는 귀환의 상징이었고, 출국자에게는 이별의 표식이었다. 즉 이 탑은 특정 사건을 기리는 기념비가 아니라, 이동과 이산, 귀환이라는 경험을 시각화한 구조물이었다. 

 

2001년 김포공항 통합역사와 철도(공항철도·지하철) 공사가 진행되면서 기존 탑은 철거되었다. 이후 약 6년간 공백을 거쳐 2007년 현재 위치에 다시 세워졌는데, 이때의 탑은 원형을 단순 복원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설계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것이다. 현재 탑은 약 24m 규모의 구조물로, 표면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산화되는 코르텐강(Corten Steel)으로 제작되었다. 재건 과정에는 서울시와 공항철도 측이 비용을 부담했고, 설계에는 기증자의 가족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다. 

 

오늘날 이 탑은 김포공항역과 공항대로 사이 교통 흐름 속에 놓여 있어 일상적으로는 거의 인식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배경을 살펴보면, 이 장소는 단순한 도로 조형물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특정 장면을 압축하고 있다. 산업화 시기 해외로 나간 개인의 성공, 그 성공이 다시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환원되는 구조, 그리고 그것이 국가 관문 공간에 기념물로 남는 방식이 이 탑에 응축되어 있다. 

 

‘조국에 드리는 탑’은 강서구의 현대사에서 드물게 확인되는 유형의 유산이다. 그것은 국가가 세운 기념비도, 전쟁을 기리는 탑도 아니다. 오히려 개인의 경험—이민, 성공, 귀환, 그리고 조국에 대한 감정—이 공공 공간으로 확장된 사례다. 그래서 이 탑은 건축물 자체보다도, 1970년대 한국과 해외동포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공간 위에 남았는지를 보여주는 구조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조국에 드리는 탑
사진 - 김경현

 

조국에 드리는 탑
사진 - 김경현

 

김포공항 입구에 위치한 ‘조국에 드리는 탑’ 앞에는 이효상(李孝祥)의 시 「나의 강산아」가 한글과 영어로 함께 새겨진 석판이 설치되어 있다. 이 시는 ‘조국’을 연인이나 어머니에 비유하며 그리움과 애착을 표현하는 내용으로, 탑이 담고 있는 상징을 언어로 직접 드러내는 장치다. 특히 한글 원문과 함께 “O My Country”라는 영어 번역이 병기되어 있다는 점은 이 공간의 대상이 국내 시민만이 아니라 해외동포와 국제적 이동 주체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텍스트는 탑의 의미를 단순한 기념물 수준에서 확장시킨다. 1971년 해외동포의 기증으로 시작된 이 구조물은, 공항이라는 이동의 공간에서 ‘떠나는 사람’과 ‘돌아오는 사람’을 동시에 향한다. 여기에 시가 결합되면서 이 장소는 물리적 구조물을 넘어 감정과 기억을 유도하는 서사 공간으로 작동하게 된다. 즉, 조형물(탑)과 문학(시)이 결합된 형태로, 국가에 대한 감정—그리움, 애착, 귀속—을 반복적으로 호출하는 구조다.

 

또한 이 시가 선택된 방식도 중요하다. 이효상은 정치인 출신 인물로, 그의 작품이 이 공간에 새겨졌다는 점은 이 장소가 순수한 문학적 선택이라기보다 시대적 국가 담론과 연결된 텍스트 구성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이 부분은 구체적 선정 과정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단정은 어렵다.

 

결국 ‘조국에 드리는 탑’과 그 앞의 「나의 강산아」는 하나의 세트다. 탑이 시각적 상징이라면, 시는 그 의미를 해석하고 강화하는 언어적 장치다. 두 요소가 결합되면서 이 공간은 단순한 기념 조형물이 아니라, 1970년대 한국 사회가 ‘조국’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감정적으로 구성했는지를 보여주는 복합적 문화 구조물로 기능한다.

 

 

 

조국에 드리는 탑
사진 - 김경현

 

조국에 드리는 탑
사진 - 김경현

 

조국에 드리는 탑
사진 - 김경현

 

조국에 드리는 탑
사진 - 김경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