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유산

궁산 땅굴

운영자

2026-04-18

강서구 궁산땅굴역사전시관
출처 -[서울특별시 강서구], [공공누리(사이트상세 URL)]


서울 궁산 일대에 남아 있는 이른바 ‘궁산 땅굴’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이 아니라, 인간의 필요에 의해 파낸 인공 구조물로 추정되는 공간이다. 현재 확인되는 땅굴은 궁산의 완만한 사면부에 자리하며, 외부에서는 단순한 굴 입구처럼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갈수록 일정한 방향성과 깊이를 유지한 채 이어지는 구조를 보인다. 벽면은 자연 암반을 따라 거칠게 파낸 흔적이 남아 있고, 일부 구간에서는 도구 사용의 흔적도 확인되어 계획적으로 조성된 공간임을 짐작하게 한다.

 

이 땅굴의 정확한 조성 시기와 목적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확인된 기록이 없다. 다만 지역 구전과 일부 연구에서는 일제강점기 말기 군사적 목적, 특히 방공호나 군사 시설의 일부로 조성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궁산이 한강과 김포평야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지리적 요충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감시·은폐·이동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공식 문헌 자료는 부족한 상태로, 현재로서는 “확실하지 않음”의 영역에 머무른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전시기 주민 대피용 방공호, 혹은 해방 전후 혼란기 동안 임시 은신처로 활용되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서울 서부 지역에는 유사한 형태의 소규모 인공 굴이 산재해 있으며, 대부분 특정한 군사 시설이라기보다 다목적 생존 공간으로 사용된 사례가 많다. 궁산 땅굴 역시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궁산 땅굴은 정비된 관광 자원이라기보다, 거의 방치된 상태로 남아 있는 ‘미완의 유적’에 가깝다. 안내 표지나 체계적인 조사 없이 존재만이 전해지고 있으며, 그 자체로 강서 지역이 겪어온 근현대사의 단면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기록되지 못한 공간, 용도가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구조물이라는 점에서, 궁산 땅굴은 단순한 지형 요소가 아니라 ‘사라진 기억의 흔적’으로 읽힌다. 이곳은 완전히 해석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장소이기에,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던지는 공간이다.

 

 

궁산 땅굴
사진 - 김경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