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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12월 8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金浦地方紹介版」은 단순한 지역 홍보 기사를 넘어, 일제강점기 후반 김포군, 특히 오늘날 강서구 일대의 사회 구조와 권력 구성을 집약적으로 드러낸 자료다. 이 지면은 김포를 “경서 유일의 곡창”, “천혜무진의 옥야천리”로 규정하며 농업 생산지로서의 가치와 함께 공장 진출, 교통 발달, 인구 증가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1930년대 후반 식민지 경제 체제 속에서 김포가 단순한 농촌을 넘어 식량 공급과 산업 확장의 거점으로 재편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 특집의 서문인 「金浦地方紹介版を刊行して…」에서 김포지국 이화영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전제로 지역의 발전 가능성과 현실을 동시에 제시한다. 특히 “당면 문제는 교육시설의 확충”이며 “취학은 겨우 1할”이라는 지적은, 생산력과 개발이 강조되는 이 지역이 여전히 교육 기반에서는 심각한 결핍 상태에 놓여 있었음을 드러낸다. 이는 앞서 1931년 양동학원과 같은 민간 교육기관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정확히 맞물리는 지점이다. 즉 강서구 일대는 경제적으로는 식민지 체제에 깊이 편입되어 있었지만, 사회적 기반은 여전히 미완의 상태였다.
이 기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수십 명에 달하는 인물들의 집단적 제시다. 군수 권갑중을 비롯해 면장, 협의원, 의사, 사업가, 교육자, 금융조합 인사들이 ‘권위’, ‘공로자’, ‘지도자’ 등의 수식어와 함께 나열되는데, 이는 단순한 인물 소개가 아니라 지역을 구성하는 엘리트 네트워크를 구조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강서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양동면과 양서면 인물들은 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양동면에서는 행정 책임자로서 양동면장 이대영이 ‘신망 있는 행정가’로 등장하며 면 단위 권력의 중심에 놓인다. 의료 분야에서는 양동의원장 임동재가 ‘행림계의 거성’으로 소개되는데, 이는 단순한 의료인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식 권력으로 해석된다. 또한 면협의원 어수갑과 이강익이 함께 등장하는데, 이들은 형식상 선출직이지만 실제로는 행정과 주민 사이를 매개하는 중간 권력층으로 기능한 존재들이다. 이처럼 양동면은 행정, 의료, 준정치 권력이 결합된 구조 속에서 운영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양서면은 기사에서 ‘양곡’이라는 지역 단위를 통해 드러난다. 양곡의원장 임정규는 ‘도의계의 권위’로 소개되며 지역 의료 체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나타나고, 양곡주조회사장 강일회는 ‘다각적 활동가’로 묘사되어 경제 영역을 넘어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보인다. 또한 양곡금융조합 이사 백천청부는 금융을 통해 농촌 경제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양서면 역시 의료, 경제, 금융 권력이 결합된 구조를 형성하고 있었으며, 이는 양동면과 유사한 권력 배치를 보여준다.
이 인물들을 종합하면 강서구 일대의 사회 구조는 명확한 패턴을 드러낸다. 면장이 행정을 장악하고, 협의원이 이를 보조하며, 의사와 교육자가 사회적 권위를 형성하고, 사업가와 금융조합 인사가 경제를 지배하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지역 사회가 아니라 행정·경제·지식 권력이 결합된 엘리트 네트워크에 의해 운영되는 체계였으며, 일제강점기 농촌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과도 일치한다.
또한 이 기사에는 일본인 인물과 식민지 기관 관계자들이 함께 등장한다는 점에서, 김포와 강서구 일대가 조선인 내부 사회만으로 구성된 공간이 아니라 일본 자본과 행정이 깊숙이 개입한 식민지 경제 구조 안에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농장 경영자나 행정 인물의 존재는 토지와 생산 기반이 이미 식민지 체제에 편입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결국 「金浦地方紹介版」은 강서구가 단순한 농촌이 아니라, 식민지 경제 체제 속에서 조직되고 재편되는 과정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양동면과 양서면의 인물들은 각각 행정, 의료, 경제, 금융, 자치 영역을 대표하며 지역을 움직이는 핵심 축을 형성하고 있었고, 이들의 존재를 통해 당시 강서구의 사회 구조가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이 기사 한 편은 1930년대 강서구의 권력 지도이자, 농촌 사회가 근대적 행정·경제 체계로 전환되는 중간 단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기록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