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산 정상에는 춘초정·막여정·악양정·춘산고·재일정 등 여러 누정이 있었으나 현재는 모두 소실되어 『무신 증동국여지승람』 등의 문헌 기록으로만 전한다. 이 가운데 막여정(莫如亭·매화정)은 등촌리 북쪽 산기슭에 있던 정자로 교관 엄후와 응교 엄성 형제가 함께 살던 곳이며, 지금은 작천교 남쪽 산에 정자 터만 남아 ‘매화정’으로도 불린다.
등촌동은 조선시대 전형적 농촌 마을이었으나 영월 사람 십성당 엄흔이 중종 때 문과 급제 후 전적에 올라 김안노를 물리친 바 있고, 그의 손자 엄후(엄인달의 아들)는 교관에 이르러 광해군 5년(1613) 인목대비 폐비 논의에 반대 상소를 올렸다. 엄후는 등마루 북변에 자신의 호를 딴 정자 ‘막여정’을 짓고 아우 엄성과 함께 관직에서 물러나 만년을 보냈으며, 그 자리(막여정지)는 더펄논 동쪽 구릉의 말 목장 ‘매화장’과 혼동되어 ‘매화정’이라 불리게 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막(莫)’이 ‘말/마을(村)’과 비슷해 음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전하며, 당시 등촌1동(현 상아제약 일대)에는 궁중의 말을 기르던 마장(馬場)이 있어 임금의 배변을 ‘매화’라 부르던 관습에 따라 말의 배설물도 ‘매화’, 마장은 ‘매화장’이라 했다는 기록과 연결된다.
지도 - KYKH001_0000_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