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개화동 우리마트
개화동은 서울의 끝에 놓여 있다. 공항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도시의 속도에서 한 발 비켜선 자리. 골목 안의 시간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낮은 집들과 오래된 상점들, 반복되는 일상의 풍경 속에서 이곳은 오랫동안 ‘남아 있는 동네’로 존재해왔다.
이런 개화동의 시간 위에 우리마트가 있다. 특별한 장치도, 화려한 외관도 없는 동네 슈퍼. 그러나 이 공간은 『도깨비』, 『고백부부』,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워터멜론』 같은 드라마 속에서 반복해서 호출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곳이 ‘연출되지 않은 시간’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화동은 빠르게 갱신되는 도시의 리듬과는 다른 결을 유지해왔다. 공항 인근이라는 입지, 개발의 경계에 놓인 조건, 그리고 오래 머문 주민들의 생활이 겹치면서, 이곳에는 특정한 속도의 시간이 형성된다. 우리마트는 그 시간의 한가운데에 있다. 누군가는 물건을 사기 위해 들어오고, 누군가는 문 앞에 서서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사건은 크지 않지만, 그 사이에서 관계와 감정이 조용히 드러난다.
그래서 드라마는 이 공간을 선택한다. 무엇을 더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낡은 간판, 빛이 바랜 상품들, 문 앞에 머무르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은 연출 이전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카메라는 그 위를 스쳐 지나가며, 개화동이라는 동네가 지닌 시간의 밀도를 그대로 가져간다.
결국 우리마트는 하나의 촬영지가 아니라, 개화동이라는 장소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일어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시간이 머무는가다. 빠르게 변하는 도시 속에서, 개화동은 여전히 남아 있고, 우리마트는 그 남아 있음의 구체적인 형태로 자리한다. 드라마는 그 사실을 잠시 빌려 쓸 뿐이다.
글 – 김경현

드라마 『고백부부』에 나온 개화동 우리마트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 나온 개화동 우리마트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에 나온 개화동 우리마트